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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교활한 전령의 신 헤르메스

마당언니 2022. 12. 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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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를 소개할 때, 그를 나타내는 수식어로 전령의 신, 상업의 신, 여행의 신, 그리고 도둑의 신이 있습니다. 도둑에도 신이 있다는 말에 의아함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리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리스 초기, 명문 귀족들은 서로의 소를 훔치는 일을 불법이 아닌 일종의 놀이로 즐겼다고 합니다. 문서로 서로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은 시대가 흐른 뒤였습니다. 그렇기에 영리하게 자신의 재산을 축적해 가는 이들을 이 시기에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영리하고 교활한 헤르메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람을 탈출한 아기 헤르메스

 

수줍음이 많고 겸손했던 여신 마이아는 신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동굴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으려는 그녀였지만 제우스는 아름다운 마이아를 발견하였고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맙니다. 헤라가 깊은 잠이 든 틈을 타서, 제우스는 마이아 곁으로 다가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다른 어떤 신들보다도 친근하게 다가오며, 영리하고도 교활한 신 헤르메스입니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남다른 기질을 보였습니다. 요람에 누워있을 때부터, 모험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아기 헤르메스는 어머니 마이아 여신이 잠든 틈을 타서, 동굴 밖을 걸어 나갔습니다. 타고난 재량과 판단력을 지닌 헤르메스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가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길에서 자신의 발에 걸린 거북이를 발견하고는 이 등껍질과 염소의 내장으로 최초의 악기인 리라를 만들었습니다. 리라를 연주하면서 올림포스 산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산자락의 피에리아에 도착했을 때, 배가 고파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살이 오른 매끈한 소들이었습니다. 헤르메스는 소들을 훔치기로 마음먹고 소들을 몰았는데, 이 소들의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짚으로 빗자루를 만들어 소의 꼬리에 매달았고, 소꼬리가 흔들리면서 소들의 발자국도 흔적 없이 지워졌습니다. 그리하여 50마리의 소를 끌고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 포도밭을 일구는 농부와 마주친 헤르메스는 자신의 도둑질을 목격한 이 증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농부에게 자신이 한 일을 보고 모른 척해준다면 포도밭에 풍작을 내리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농부가 의심이 되었던 헤르메스는 변장 한 뒤에, 농부에게 접근하였고 그 농부는 헤르메스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로한 채, 사실을 실토하고 맙니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이 일을 덮기 위해 농부를 돌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긴 활보에 피곤하고 배가 고팠던 헤르메스는 알페이소스 강에서 소 두 마리를 잡았고 이 소들을 12로 나누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1/12는 자신이 먹었습니다.

형과 아버지와의 만남

헤르메스가 훔친 살찐 50마리의 소의 주인은 그의 형인 아폴론의 것이었습니다. 통찰력이 뛰어난 아폴론이었지만  하루 종일 추적을 한 뒤에야, 헤르메스가 소떼를 훔친 도둑을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그가 누워있는 동굴로 찾아갑니다. 동굴 속의 요람에서 천진난만하게 누워있던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추궁에 모르는 척 발뺌하며 소가 뭔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마이아는 아폴론에게 동생을 심하게 다루지 말라며 이야기하였고 자신의 동생이라고 믿을 수 없었던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데리고 아버지 제우스에게 찾아가 재판을 요청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던 제우스는 영리함을 순진무구함 속에 감춘 헤르메스를 보고 웃음을 참기에 바빴습니다. 자신의 악동 같은 어린 아들이 발뺌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차마 그에게 벌을 내릴 수 없었던 제우스는 아폴론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헤르메스가 훔친 소를 아폴론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타일렀고, 이에 헤르메스는 사실 50마리 중에 2마리를 12로 나누어 제물로 바쳤다는 사실을 고합니다. 자신의 소를 모두 돌려받지 못한 것에 아폴론이 분함을 느끼자, 이를 눈치 챈 약삭빠른 헤르메스는 곧바로 자신의 리라를 꺼내 아름다운 선율로 아폴론을 감동시킵니다. 그러고서는 악기를 아폴론에게 선물합니다. 악기 선물에 아폴론의 분함은 이미 눈 녹듯 사라지고 헤르메스의 도둑질도 용서하며 소떼와 더불어 자신의 지팡이 카드케우스까지 선물로 줍니다.

제우스의 전령

태어나 바로 올림포스의 12신 중 하나가 된 헤르메스를 눈여겨본 제우스는 그를 그대로 두다가는 나쁜 길로 빠질까 봐 염려합니다. 그의 영리함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면 도둑질을 비롯한 나쁜 짓을 일삼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버지 제우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의 전령이 됩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였고, 헤르메스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은 있어도 거짓말 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언변과 사교술에 능했던 헤르메스는 언급하기 까다로운 일들도 유연하게 풀어가며 올림포스의 대소사의 일에 관여하였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위한 전령으로도 많이 활동하였지만 여행을 안내하는 일, 저승으로 죽은 자를 인도하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많은 일들을 소화해야했기에 제우스는 그에게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 그리고 전령의 지팡이를 들고 다녔습니다. 특히 제우스의 전령의 일을 충실하게 한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반하였는데, 이에 제우스에게 그녀와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의 황금 신발을 훔쳐 헤르메스에게 주었고 아프로디테와의 달콤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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