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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에우로페와 그의 오빠 카드모스

마당언니 2022. 12. 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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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게노르 왕은 티레와 시돈을 다스렸는데, 그에게는 딸 에우로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심상치 않은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두 대륙에서 온 두 여자가 그녀를 놓고 싸우더니 그중, 한 여자가 그녀를 안고 달아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달아나는 여인의 품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윽고 그 여인이 꿈에서 말하기를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아내로 정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꿈은 아프로디테가 불어넣은 꿈이었습니다.

황소로 변한 제우스

평소와 다름없이 궁전에서 잠을 취하는 중, 이상한 꿈을 꾼 에우로페는 가슴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습니다. 마치 새로운 모험이 펼쳐질 것만 같았습니다. 밝은 해가 비추고 지난밤의 꿈은 점차 의식의 뒤로 남긴 채, 에우로페는 처녀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그녀는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며 춤을 추었습니다. 들에 핀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향기에 취하고 바닷바람을 느끼며 행복해하였습니다. 이 처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꽃바구니에 어여쁜 꽃들을 하나씩 담아내느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습니다. 어여쁜 꽃들을 다 모은 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 꽃을 피우는 중에 에우로페의 지난밤 꿈처럼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화살을 그만 제우스에게 쏘고 맙니다. 제우스는 가장 강력한 신이었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 아프로디테에게 정복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의 화살을 맞은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금세 사랑에 빠져버렸고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늠름한 황소로 변신을 합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다부지고 맑은 눈빛의 황소는 아게 노스 왕의 황소 떼에 숨어서 처녀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갑니다. 부드러운 황금 털을 지닌 눈에 띄는 이 황소는 처녀들의 무리에서 에우로페에게 걸어갔습니다. 털의 윤기와 소의 유순함을 칭찬하며 처녀들이 서 있는 중에, 황소는 에우로페 곁에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내 황소의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에 취해 황소의 이마에 키스하였습니다. 황소는 행복한 울음소리를 내며 에우로페의 앞에 엎드립니다. 순간, 황소의 등에 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 에우로페는 친구들에게 손을 뻗어 함께 타기를 권합니다. 주저하고 있는 처녀들의 뒤로한 채, 용기 있게 등위에 앉은 그녀를 태운 황소는 처음에는 부드럽게 몇 걸음 걸어가더니, 이내 전속력으로 달려 처음에는 들판을 가로지르더니 곧이어 바다도 건넜습니다. 전속력을 다해 달린 제우스지만, 달리면서 에우로페가 바닷물에 조금도 젖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밤이 되어 아득히 먼 육지에 도착한 뒤, 황소는 에우로페를 잎이 풍성한 플라타너스나무 아래에 내려놓았습니다. 잠시 뒤, 멋진 사나이로 변신해 에우로페에게 나타난 그는 자신을 이 섬의 지배자라고 소개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밉니다.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제우스는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게 됩니다.

잃어버린 에우로페를 찾아서

아게노르왕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황소에게 납치된 자신의 딸을 찾아오라고 명령합니다. 딸을 찾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카드모스를 포함한 아들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이 때, 에우로페의 엄마인 텔레 파사 여왕도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섰지만 결국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카드모스는 동생을 찾아 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며 찾았으나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폴론의 신탁을 찾아간 카드모스는 그곳에서 멍에를 한 번 도 멘 적이 없는 황소를 따라가서 그 소가 누워 쉬려고 하는 곳에 도시를 세우고 테베라는 이름을 지으라고 듣습니다. 믿고 의지할 곳이 없던 카드모스느 이 신탁의 예언만은 굳게 붙들고 자리를 일어납니다. 초원을 지나는 중에 멍에를 멘 적이 없어 보이는 소를 발견한 카드모스는 아폴론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서는 그 소를 따라서 먼길을 걷다가 소가 멈춘 곳에서 그도 멈춰 섰습니다. 소는 그 자리에 누워 마치 이곳에 아폴론이 예언한 곳이라는 듯이 울음소리로 확신을 주었습니다.

테베의 건국

카드모스는 감사한 마음에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려 하인들을 시켜 물을 길어오게 하며 분주하게 준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샘물이 흘러나오는 바위 아래에 독기가 서려있는 무시무시한 용이 살고 있었습니다. 물을 길으러 간 하인들을 보자, 이 용은 바위 위로 머리를 들어 올렸고 하인들을 물어뜯어 해치고 말았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마냥 하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카드모스가 현장에 갔을 땐, 이미 샘물이 피로 물들어 있고 용의 배가 불룩해진 후였습니다. 그는 슬프게 울부짖었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윽고 용감한 정신과 창과 방패로 무장한 카드모스는 한번은 용의 창자에, 그리고 용의 입에, 마지막에는 목을 찔러 넣어 용을 무찌릅니다. 용은 땅위에서 꼬리를 치며 고통을 호소하면서 서서히 잠들었습니다. 카드모스가 찌른 용의 입에서 이빨이 부서져 있었습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카드모스의 옆에서 그 용의 이빨을 땅에 심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심는 이빨이 후에 그의 자손들이 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땅에 이빨을 심자, 무장한 군사들이 흙 위에서 꿈틀대며 생겨났습니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카드모스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군사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치열하게 전투하였습니다. 그 전투 중에 살아남은 이는 5명 뿐 이었습니다. 카드모스는 살아남은 다섯 전사와 함께 도시를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아폴론의 예언에 따라 도시 이름을 테베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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