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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라고도 불리는 쾌락의 상징 디오니소스의 그림을 보면 매력적이면서도 너그러워 보이는 한 남성이 보입니다. 온화해 보이는 그는 사실 도취와 쾌락의 신으로 즐거움뿐 아니라 잔인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입니다. 또한 이성과 질서에 집착하여 쾌락을 금기하는 인간의 내면을 자극하여 그 안에 있는 욕망을 끌어올려 광기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디오니소스의 탄생과 그를 둘러싼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쾌락과 도취의 신의 탄생

포도주의 신이기도 한 디오니소스의 역사적인 행로를 추적해보면, 유럽에서의 포도 경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스 세계에 다른 신들보다 훨씬 늦게 유입된 디오니소스는 많은 싸움을 치르고 나서야 신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방신인 디오니소스가 올림푸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으로서 신들과 엮였기 때문입니다. 디오니소스의 아버지는 바로 제우스였습니다. 바람기로 아내 헤라의 속을 수없이 뒤집어 놓은 제우스는 여러 사람과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난봉꾼과 다름없는 제우스는 깊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자신의 순간적인 욕구를 채우는 관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세멜레 공주에게만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세멜레를 총애하였고 그녀에게 수없이 찾아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물론, 제우스가 그녀를 애정 하는 만큼 헤라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 제우스의 마음을 빼앗은 세멜레에게 복수하기 위해, 헤라는 나이 많은 유모로 변신해 세멜레에게 찾아갑니다. 그 후 세멜레의 신뢰를 얻게 된 헤라는 그녀와 제우스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세멜레가 제우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우스는 세멜레를 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만 찾았기에 외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유모로 위장한 헤라는 제우스가 진정으로 세멜레를 사랑한다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하면서 세멜레를 종용합니다. 이에, 세멜레도 신뢰하고 믿고 있는 유모의 말에 따라 제우스에게 소원을 들어달라고 조르게 됩니다. 세멜레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던 제우스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에 맹세하며 소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 소원은 제우스의 신적인 모습을 그녀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제우스는 스틱스 강에 한 약속을 무를 수 없었기에 천둥과 번개를 입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강력한 신의 모습을 대면하는 순간, 이를 감당 할 수 없는 연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던 세멜레는 그만, 불에 타서 목숨을 잃고 사그라지게 됩니다. 그 때, 제우스는 불에 타고 있던 세멜레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던 디오니소스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 안에 넣어 꿰맵니다. 디오니소스는 그래서 산달까지 무사히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살아남아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투쟁과 승리

헤라의 노여움은 세멜레를 제거 한 뒤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잔인한 티탄의 거인들에게 아이를 벌하게 합니다. 이들은 헤라의 분노만큼이나 잔인하게 아이를 찢어 냄비에 삶습니다. 제우스의 어머니이면서 티탄의 여신이었던 레아는 가여운 아이를 건저 내었고 다시 조각들을 맞추어 살아나게 합니다. 그리하여 디오니소스는 죽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약한 신이었기에 다른 신들은 디오니소스를 헤라로부터 지켜줍니다. 먼저 어린 디오니소스를 건져내어 다시 살린 레아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페르세포네는 그를 오르코메노스의 왕 아타마스와 왕비 이노에게 맡겨 디오니소스를 여자로 분장시켜 그를 지켜냅니다. 하지만 헤라는 디오니소스의 위장을 알아채게 되었고 아타마스와 이노에게 광기를 심어주어 양아들이었던 디오니소스를 해치게 하였습니다. 이때에, 헤르메스가 등장하여 디오니소스를 구출해내었고, 바로 디오니소스가 포도 경작을 시작한 뉘사산에 그를 데려갑니다. 이곳에서 디오니소스를 염소로 변신시켰고 요정들이 그를 돌보게 하였는데, 후에 이 요정들은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마이나데스가 됩니다. 디오니소스를 없애는데 눈에 불을 켜고 있던 헤라에게 또 발각이 된 디오니소스는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는데, 이 들이 탄 배가 갑자기 멈추어 포도덩굴에 휩싸이게 됩니다. 주변의 뱀들과 표범, 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해적들을 위협하자, 해적들은 바다로 뛰어내립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돌고래가 되었습니다. 덫을 피해 살아남은 디오니소스에게 더 확실한 위협을 가하기 위해, 질투의 여신 헤라는 디오니소스에게 광기를 주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광기는 역설적으로 그가 강인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는 신이 부여한 광기로부터 영적인 힘을 얻었고 미아나 데스와 염소 발굽의 사튀스들로 구성된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세상을 도취에 굴복시킵니다. 피비린내 나는 이들의 광기의 행군은 이집트에서 동방으로, 그리고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인도까지 향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마존족을 정복하여 이곳 또한 피바다로 만들어버립니다. 그의 광기와 잔인함은 후에 페르세우스라는 영웅이 디오니소스의 신전을 지어 그를 경배함으로서 잦아들게 됩니다. 또 테세우스가 낙소스섬에 두고온 아리아느데를 아내로 맞이하여 마음의 안식을 얻습니다.

감정승리의 상징

광기 어린 전투들과 원정을 통해서 디오니소스는 인간 세계뿐 아니라 신들에게서 그의 존재를 입증받게 됩니다. 헤라도 위협을 멈추어 그와 평화적인 협정을 맺습니다. 위대한 올림푸스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디오니소스는 그의 어머니 세멜레는 저승에서 구해내었고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담당하는 티오네라는 새로운 신의 자리를 부여합니다. 프로이트는 지속적으로 억눌린 욕구는 노이로제에 사로잡히게 할 수 있다는 임상적 연구 결과로 보여주었으며, 니체는 질서와 규율의 아폴론적인 정신뿐 정신적 방종도 인간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주장하였습니다. 이성과 질서, 그리고 규율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디오니소스가 올림푸스에 입성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이런 도취와 쾌락도 무시할 수 없는 인간적인 근본 속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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