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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한 사랑과 집착

곡식의 수호신인 데메테르는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푸른 옷을 입고 금발 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신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페르세포네라는 절세미녀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애지중지하던 데메테르는 꽃이 가득한 시칠리아라는 아름다운 섬에서 페르세우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에 갑갑함을 느꼈던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에게 섬을 떠나보고 싶다고도 했지만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에 진절머리가 난 데메테르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의 귀에 못에 박히도록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취해 욕심을 채우고 마음을 주지 않으며, 그러므로 인해 여자에게 상처만 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남자도 자신의 사랑하는 딸 페르세포네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보호하였으며 섬에 갇힌 딸이 심심하지 않도록 오케아노스의 딸들과 어울려 지내게 하였습니다. 점점 자라면서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데스의 납치

여느 때와 같이 시칠리아 섬을 산책하는 중에 아름다운 수선화 한 송이를 발견한 페르세포네는 이 꽃을 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쪼개지면서 지하세계의 하데스가 나타났고 페르세포네의 팔을 붙들고 지하로 사라져 버립니다.. 어두운 지하세계로 납치되면서 페르세포네는 처음 겪어보는 무서운 일에 당황하여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하데스에게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이윽고 무겁게 입을 뗀,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자신은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이며 자신의 형이자 페르세포네의 아버지인 제우스도 결혼을 이미 허락했다고 하였습니다. 영문을 모른 채, 벌벌 떨고 당황하는 페르세포네였지만, 하데스에게 이 일은 철저히 계획된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제우스는 가장 좋아 보이는 하늘과 땅을, 그다음에는 포세이돈이 잽싸게 바다를 선택했습니다. 남은 것이 지하세계 뿐이었기에 하데스는 어두컴컴한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이 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이에 평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제우스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고 하자, 데메테르 몰래 납치 하도록 눈감아 주었습니다.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는 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남편 제우스를 먼저 찾아갔지만 하데스에게 납치를 허락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굶고 실성한 채 있던 데메테르는 마침내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찾아갔습니다. 헬리오스는 세상을 비추는 신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음이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헬리오스에게서 페르세포네의 납치 사건에 대해 듣게 되자, 그리 애지중지하며 곱게 키운 딸이 지하의 어두운 세계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통곡하며 슬피 울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딸 페르세포네를 직접 찾으러 나서게 됩니다.

지하세계와 지상세계를 오가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떠나 인간 노파로 변장했습니다. 올리브나무 그늘에서 목을 축이는 중, 켈레오스 왕의 딸들이 그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측은한 모습을 노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심성 고운 딸들은 그녀를 왕궁으로 데려갔고 데메테르는 자신이 해적들에게 팔려가는 중에 도망 나와 이리저리 떠도는 처지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왕궁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맡겨 달라 하였고, 왕궁의 아기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됩니다. 데메테르는 아기를 정성스레 돌보아 주었을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묻어 나오는 기품과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습니다. 데메테르는 아이를 돌보면서 페르세포네에게 쏟는 사랑을 아이에게 쏟아 부어 아이가 건강하다 못해 영생을 갖도록 만들려 하였습니다. 평화로움이 지속되던 어느 날, 데메테르는 아이에게 영생을 불어넣기 위해 불을 쬐려는데 이 모습을 본 왕비는 한걸음에 달려가 아이를 안고 있는 데메테르에게 아이를 내놓으라며 호통을 칩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수확의 신인 데메테르도 이에 노여움을 금치 못했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인간 앞에 분노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을 마주한 왕비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데메테르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데메테르는 그녀에게 자신의 신전을 이곳에 세우라는 명령을 하고 떠납니다.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새로 지어진 신전에 칩거하였기에, 수확의 신인 데메테르는 그녀가 관할하던 수확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씨가 뿌려진 땅에서 수확이 되지 않아 곡식을 얻을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도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우스는 하데스와 협상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협상과 중재를 잘하는 헤르메스를 보내어 페르세포네를 데메테르에게 돌려보내달라고 하였고, 하데스는 주저 없이 페르세포네를 보내주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순순히 그녀를 보내줄 하데스가 아니었습니다. 하데스는 헤르메스에게 잠시 페르세포네와 작별인사 할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석류를 건네주었습니다. 하데스가 준 석류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하데스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집니다. 마침내 딸을 찾은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품에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딸이 상한 곳이 없는지 구석구석 살피면서, 혹시 지하세계에서 어떤 음식도 먹지 않았는지 물어봅니다. 하데스가 준 석류를 모르고 한입 베어 물었다는 페르세포네의 말에 그만, 데메테르는 다시 한 번 상심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지하세계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삼분의 일은 지하세계에서 삼분의 이는 데메테르와 보내게 된 페르세포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사실을 데메테르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딸을 잃은 삼분의 일의 시간 동안 데메테르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기에 그동안은 수확의 일을 관장하지 않고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 년의 삼분의 일은 땅에서 어떤 수확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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