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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만나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에게는 클뤼메네라는 요정과의 짧은 사랑으로 얻은 아들, 파에톤이 있었습니다. 헬리오스은 클뤼메네에게 아들이 크면 자신이 그의 아버지임을 일러주라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파에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꼭 빼닮아 아름답고 멋진 청년으로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친구 에파포스가 대체 무얼 보고 미소를 짓고 있냐며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저기 태양 보이지? 내가 바로 태양의신 헬리오스의 아들이야. 지금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에파포스는 ““네가 무슨 태양신의 아들이야? 좀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니?”라며 파에톤의 말을 무시합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파에톤은 어머니 클뤼메네에게 가서 자신이 헬리오스의 아들임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달라 요구하였습니다. 파에톤에게 헬리오스의 아들이라는 말만으로는 그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습니다. 파에톤은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임을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파에톤은 직접 아버지 헬리오스을 대면하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됩니다. 헬리오스을 만나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는 길이 고단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아버지를 만나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할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을 마음에 안고 걸어갔습니다.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빛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태양의 궁전 앞에 있게 되었습니다. 휘황찬란한 태양의 궁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왕좌에 앉은 헬리오스을 마주합니다. 한눈에 아들임을 알아본 헬리오스은 파에톤이 아버지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음을 공손하게 이야기하자, 그를 곁으로 불러 안아주었고 이에 아버지의 품에 안긴 파에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섣부른 맹세

파에톤이 멋진 청년으로 장성한 모습을 보며 흡족했던 헬리오스은 동시에 아들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사랑을 표현하고자, 헬리오스은 파에톤에게 바라는 소원을 하나 이루어 주겠다고 스틱스 강에 맹세합니다. 자상하고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에 파에톤은 그만 어리광이 섞인 소원을 말해버리고 맙니다. 그것은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를 하루만 몰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스틱스강에 한 맹세는 결코 되돌릴 수 없었으므로 헬리오스은 아들 파에톤이 제발 다른 소원을 다시 말해주기를 호소했습니다. 사실 태양 마차를 모는 일은 태양신인 헬리오스조차 버거운 험한 일이었습니다. 네 필의 말들이 힘겹게 천공으로 날아올라 발을 떼고 나면 하늘의 황소, , 전갈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으며, 서쪽으로 떨어지는 급경사도 주의해야 고꾸라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훈련도 안 된 아들의 하나뿐인 소원이라니, 아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던 헬리오스은 어쩔 수 없이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아버지의 슬픔

헬리오스은 아들 파에톤의 안전을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원하며 그에게 얼굴이 타지 않는 신의 우무를 발라주었고, 자신의 관을 벗어 씌어주었습니다. 염려하고 우려했던 일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네 마리의 천마는 헬리오스보다 가벼웠던 파에톤의 무게를 조절하지 못해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에도 계속 앞으로 전진만 했던 마차에서 파에톤이 고개를 돌려 얼마나 왔는지 확인했을 때, 그만 순간적인 공포심에 말의 고삐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천마들은 불같이 내달리기만 하였고 파에톤은 살려달라고 소리만 칠뿐 이였습니다. 천마들이 지나간 곳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산이 타오르고 강은 메말랐으며 모든 수확물은 새카만 재로 바뀌어 갔습니다. 자신이 불에 휩싸여 타오르는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대지의 신은 제우스에게 불을 제발 꺼달라며 호소하였습니다. 헬리오스의 아들이자, 자신의 손자인 파에톤을 처리해야만 이 사태를 멈출 수 있었기에 제우스는 벼락을 보내어 고통 없이 파에톤을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제우스는 자신의 옷 속의 벼락을 꺼내어 마차를 향해 던졌고 파에톤은 그 벼락에 불이 타서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몸을 겨눌 수 없었던 헬리오스은 그날 하루는 태양 마차를 몰지 않아 천지가 암흑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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